대구웨딩박람회 알차게 둘러보기 팁
아, 또 주말이다. 토요일 오전 10시 43분쯤, 커피포트가 부르르 울며 나를 깨웠다. 핸드폰 알람보다 물 끓는 소리가 더 신경질적으로 울려서, 나도 모르게 “어휴, 알았어”라고 중얼거렸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오늘은 대구웨딩박람회에 가기로 한 날. 대학 때부터 가까웠던 예비 신랑—그러니까 이제 곧 ‘내 남편’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이 거실에서 발꿈치를 들락날락하며 초조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빗소리, 그리고 설렘, 그리고 살짝 불안. 셋이 한꺼번에 내 귓가를 두드렸다.
“우리, 괜히 오늘 가는 거 아냐?” 그가 물었다. 어차피 다음 주에도 열리니까.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오늘이 아니면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이건 그냥 박람회가 아니라, 앞으로 몇 년—or 평생?—을 좌우할 신혼 준비의 출발점이잖아. 그래, 가자.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웅성댄다. 그래도 길을 나서다 보니, 컨벤션 센터 앞까지는 금방이었다. 택시에 내리자마자 우산도 제대로 안 펴고 뛰어들었더니, 흰 운동화 앞코에 빗방울이 귀엽게 반짝였다. 나, 또 신발 젖혔네. 후회? 없다. 😊
장점·활용법·꿀팁
1. 사전 예약의 마법, 실제로 해보니?
솔직히 말해서, ‘사전 예약하면 혜택 빵빵’이란 문구는 광고일 거라고 의심했다. 그런데 해봤다. 접수 데스크를 통과하는 순간, 나는 이름이 새겨진 작은 쿠폰 다발을 받았다. 음료 교환권, 웰컴 기프트, 포토존 우선 입장권까지. 기다림 없이 탁, 탁, 탁. 덕분에 줄 30분 절약했다. 그 30분 동안 나는 드레스를 세 벌이나 더 쓰다듬을 수 있었고, 그중 한 벌은 지금 계약 1순위 후보가 됐다. 이게 꿀팁이 아니면 뭐가 꿀팁인가.
2. 체험형 부스는 낮보다는 오후 3시 이후
오전 11시반쯤 도착했더니, 메이크업 시연 부스 앞에서 사람들이 빙글빙글. 나까지 서면 스무 명째였다. 가만, 점심 먹고 다시 올까? 우리는 근처 김밥집에서 뚝딱 먹고, 3시가 조금 넘어 귀환했다. 기적처럼? 대기 인원 여섯. 드디어 내 턱선에 신경 써줄 차례가 왔다. 덕분에 셀카를 찍었고, SNS에 올렸고, 예비 시댁에서 ‘오, 화사하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효율 최고치.
3. 체크리스트는 종이보다 메모 앱이 더 실전적이다
집에서는 분명 A4 용지로 빼곡히 썼건만, 막상 현장에서 볼펜이 안 나왔다. 잉크가 얼었나? 휴대폰 메모 앱으로 전환. 부스마다 ‘체크 완료’라고 쓸 때마다 진동이 살짝 울린다. 그 진동이, 아… 이상하게 속 시원했다. 종이는 젖을 수도, 구겨질 수도 있지만 앱은 내 호주머니에서 늘 깔끔. 앞으로 나의 결혼 준비 동반자는 휴대폰이라는 결론.
4. 무료 견적 상담, 그러나 “지금 계약”엔 잠시 숨 고르기
“오늘 바로 계약하시면 30% 할인!” 귀가 혹할 만큼 달콤한 소리였다. 나는 한 번 끄덕했고, 곧 정신 번쩍. 잠깐만, 이건 일종의 마케팅 술수야. 그러고는 ‘상담자료만 이메일로’ 요청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 비교하니, 같은 혜택을 다음 주에도 준다고? 결국 안달할 필요가 없었다. 즉흥 계약은 지갑에 구멍을 낼 뿐. 한 박자 쉬어가라, 과거의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다.
단점
1. 의외로 놓칠 수 있는 주차 전쟁
컨벤션 센터 지하 주차장은 넓었다. 문제는 출구였다. 행사 종료 시간 즈음, 차들이 뱀처럼 꼬리를 물고 기어나왔다. 우리는 15분이면 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42분이 걸렸다. 에어컨도 꺼놓고 창문만 내린 채, 앞차 테일램프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럼에도 욕은 안 나왔다. 결혼 준비길이 다 이런 거지 뭐. 하지만 다음엔 지하철+택시 조합을 쓰기로 결심.
2. 드레스 피팅룸 인내 테스트
피팅룸 앞 소파. 거기 앉은 나는 발끝에서부터 허리까지 쑤셨다. 바로 앞 팀이 40분을 넘겨버리니까, 나도 멍—. 거울 앞에 서보는 상상을 하며 기다렸지만, 상상도 시간이 길면 힘들다. 간식거리라도 챙겼으면 어땠을까. 작게 한숨, 크게 후회.
3. 지나친 경품 이벤트, 집중력 소모
휴대폰을 들고 QR을 찍고, 또 찍고. 따르르… “축하합니다!”는 자동응답 목소리. 솔직히, 재미는 있었지만 어떤 정보가 어디로 흘러갈지 묘하게 불안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 체크박스가 열세 번쯤 나타났고, 서명도 그만큼. 나중에 전화가 쏟아지면 어쩌지?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모를 일이다.
FAQ
Q1.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
A. 가능하다. 실제로, 나는 피앙세와 함께 갔지만, 옆자리 대기 줄엔 혼자 온 예비 신부·신랑이 제법 있었다. 다만 시선이 분산될 위험이 있으니, 셀프 타임라인을 앱에 미리 적어 두면 길을 잃지 않는다.
Q2. 어떤 부스부터 둘러봐야 해요?
A. 신부라면 드레스, 신랑이라면 예복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올 테지만, 경험상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순서가 합리적이다. 촬영 컨셉을 잡아야 드레스 실루엣이 구체화되고, 그 뒤에 메이크업 톤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Q3. 무료 사은품만 받아도 되나요?
A. 솔직히, 된다. 부스 담당자들도 알고 있다. 다만, 명함만 슬쩍 받고 끝내기엔 서로 민망하니 간단한 상담 몇 마디 정도는 예의. 나도 캔들 하나 얻고, 대신 다섯 분 대화했다. 손해 본 느낌? 전혀.
Q4. 시간이 부족한데 핵심만 보고 싶어요!
A. “3·3·3 법칙”이라고 부른다. 핵심 카테고리 3개, 관심 있는 브랜드 3곳, 상담 3팀. 이렇게만 정하면 2시간이면 정리된다. 실제로 나는 오후 일정이 잡혀 있어서 이 방법을 썼고, 1시간 57분 만에 클리어했다.
Q5. 박람회 후 예산은 어떻게 짜면 좋을까요?
A. 박람회장에서 받은 견적은 최저치인 동시에, 옵션 제외가 포함되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 ‘꼭 필요한 항목’과 ‘있으면 좋은 항목’을 나눈 뒤, 전자에 80%, 후자에 20% 예산을 배분했다. 이렇게 하니, 나중에 추가 비용 충격이 적었다.
—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비는 그쳤고, 신발 끝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보송보송.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탄성을 터뜨렸다. “이제 진짜 결혼하나 봐?” 현실감이 한 겹 더 두터워진 순간이었다. 만약 오늘을 망설였다면, 이 설렘을 한 주 미뤘겠지. 그러니 당신도 묻는다. 다음 주말, 가볼래? 나에게 했던 질문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던져본다.